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Aug 21. 2023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며칠 전, 잠이 오지 않아 그동안 브런치나 블로그에 쓴 내 글들을 훑어봤다. 내 글의 논조는 대체로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으로 요약되었다. 아울러 성찰을 통해 삶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는 글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 쓴 글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논조의 글을 쓴다고 내가 그렇게 산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살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할 뿐이다.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가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 나 자신을 위해 틀에서 벗어나 거절하거나 부인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상적인 가치나 지향(志向)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도 필요하다는 것, 이는 나라는 사람의 본질과도 관련된 문제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는 마치 나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는지. 지레짐작으로 어떤 명분이나 이상에 치우쳐 나를 억누른 적은 없었는지. 뭔가 꽉 짜인 틀에 맞춰 나를 들들 볶지 않았는지...




요즘 내 삶이 편하지 않은 건, 지나친 치우침도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 미국이 소위 ‘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 때문에 한참 시끄러운 것처럼, 순전함을 지키더라도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생각이 다른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데도,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다 보면 사는 게 피곤해진다. 개인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너무 부끄러워 감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예를 들면 원초적인 강렬한 욕정이나 너무 세속적으로 비칠 수 있어서 선뜻 내뱉지 못하던 속마음들 ㅡ 외로움, 그리움, 애타게 보고 싶은 마음 ㅡ 도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필요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을 끼치지 않는 한,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면, 있어야 할 시간과 장소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욕구와 욕망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 그게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계획하고 다짐하고 목표를 세우고, 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생겨나는 순전한 욕구만큼 나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도 없다. 애써 이를 부인할 이유도 없다. 그게 지나치면 위선적인 사람이 된다.


복잡한 세상,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 말도 많고, 시끄럽고. 잠시 멈춰 서서 순수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물론 지나치면 곤란하겠지만, 그 선을 적절히 지키는 것. 나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덜 스트레스를 받는 길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도 때로 소음이 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