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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5. 2023

괴로운 일은 진실을 아는 것

얼마 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 내내, 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고 모두 다른 기관, 다른 사람들 탓만 하고 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마저도 곧 잊히겠지만.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 코엑스몰에도 한동안 세계에서 온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발랄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대회를 치르면서 벌어진 여러 일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특히 대회가 끝나고 다시 온 그들, 다리 곳곳에 벌레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많이 지친 모습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나같이 어린 학생들이었다.


잘잘못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히 밝혀야 향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지금 보이는 행태로 보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원인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흔히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일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 일도 그렇게 된 데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을 게다. 그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잼버리 대원들은 대회 초기 왜 바로 퇴영해 버렸는지, 심도 있는 조사를 하지 않으면 어설픈 대책이 나올 테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원인을 성찰하여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때로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치부는 드러날 테고, 잘못이 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책임 문제도 뒤따를 것이다. 빅토르 세르주는 <한 혁명가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진실을 추구할 때 있을 수 있는 끔찍한 일은, 진실을 아는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좁은 자기 세계의 편견을 따르거나 유행하는 상투 문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진실은 때로 아프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피해서는 안 되는 아픔이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가 방심한 틈을 타 다시 찾아온다. 잘못이 반복되는 건 바로 그런 이유도 있다.


진실을 알게 되면 불편하니 회피하고 싶고,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잘못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당장은 그게 손쉬운 해결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래가지고는 절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남 탓부터 하지 말고 먼저 나한테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꾸로 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고 대책이 나온다 한들 수박 겉핥기식의 땜질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고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는 건, 당장의 책임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겠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 나도 그랬다. 무슨 일만 생기면 남 탓, 상황 탓을 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다른 사람을 원망부터 하고 봤다. 당연히 상황은 더 꼬이고, 마음은 괴로워지고 더 힘들어졌다.  


국내 개신교의 복음주의를 이끌었던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말한다. "교회나 정치권 모두 개혁을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빠져 있다. 자신을 바꾸는 게 최선의 개혁이다. 그게 아니면 공염불이다.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 나선 이들은 먼저 자신을 둘러보는 성찰을 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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