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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05. 2021

글을 읽는다는 것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쉽게 읽히는 책은 쉽게 잊혀진다. 쉽게 읽히는 만큼 생각을 덜 하게 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것이 세상 이치이듯, 독서 또한 다르지 않다.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고민하면서 어렵게(당연히 어렵다) 읽으라는 말일 게다.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일수록 깊이 남는다.

 

에세이나 수필, 자기계발서 등이 읽을 때는 그럴듯해 보여도, 읽을 때뿐인 것도 그 이유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책을 잘 골라야 한다. 같은 이유로 시류에 영합하는 현대 소설류도 잘 보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에는 주인공의 선배가 "자신은 30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읽지 않는다"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인간이 세월이라는 무게를 견뎌내야 하듯, 책도 시간이라는 용광로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책은 나름 이유가 있고,  이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책들은 한 번 읽는다고 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책이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다. 내 지력이 부족해서기도 하지만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을 한 번 읽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이해되는 책이다. 책을 읽을  마음 상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역시 고전이다. 몇 개월째 같은 책을 읽고 있다. 나태해진 탓도 있지만 방대한 줄거리에 이리저리 헤매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앞에 읽었던 부분을 까먹는 바람에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그래도 참고 끝까지 읽으려고 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 자세와 태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도 피상적으로 읽으면 읽은 흔적은 있어도,  안에 은밀한 자아와 마주친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건 책과 함께 고민한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사실 책은 숨겨진 자아를 만나게 해주는 촉매제이다. 하여, 힘들게 읽은 책이 오래 남는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고전이  안에서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  다른 나를 완성하게  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복잡한 생각이 들 때,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때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차분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다음 나와 내 상황을 돌아보면 정리되지 않을 문제가 별로 없다. 내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거지 주변 상황이나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루이스 세풀베다 _ 연애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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