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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09. 2023

행복은 소소한 순간에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거대하지 않으며, 쓸데없는 생각이 없는 심플한 인생,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다. 정작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소소함'을 통해서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도미니크 로로(Dominique Loreau)의 <심플하게 산다>에 인용된, 자클린 비르가 쓴 <벨기에인의 행복>에 나오는 글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서구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낙천적인 반면, 동양인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비관적이고 행복하지 않다고.  


아마도 결과는 눈으로 보이는 비교적 짧은 순간에 확인할 수 있는 데 비해, 과정은 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목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긴 과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대부분의 시간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긴 과정에서 어떤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지 못한다면, 삶 자체가 재미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기쁨도 잠시뿐. 내가 이걸 얻으려고 이 고생을 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그다음 목표를 향해 또다시 달려가야만 하는 현실. 죽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끊임없는 목표, 목표... 결과 때문에 과정을 희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그러나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그러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실상인데.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과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의 차이는 과정이 끝나고 결과가 나오면 확연히 드러난다. 전자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느끼는 허탈함이나 허무함이 없을 테지만, 후자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된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과정을 희생한 데서 오는 허무함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낄 테니까. 자괴감으로 이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한편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먹은 대로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절망하고 힘들어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목표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자클린 비르가 말한 '소소함'이란 과정 속에서 누리는 심플한 삶을 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품이나 허위의식, 위선 등이 벗겨진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삶. 목표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중요시되는 삶. 목표만을 위해 헉헉대며 치달리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차분히 누리는 마음의 평온이다.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공직을 떠나 그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요즘, 남에게 보여지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속에서 가슴으로 느껴지는 뭔가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때늦은 깨달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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