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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1. 2023

무심했던 여전히 무심한

거리를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체로 즐거워 보인다. 간혹 인상을 쓰거나 얼굴을 붉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설사 즐거운 일이 없거나 짜증 나는 일만 있다고 해도, 남들 앞에서 굳이 인상을 쓰고 다닐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행복하고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보이는 것만 가지고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 힘들었던 순간은 보이지 않는다. 빙산의 일각, 바다 밑에 있는 빙하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드러내지 않으면 그저 모든 게 좋게 보일 뿐이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신나는 음악을 올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도 그 음악과 사진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서촌 일대를 산책하다가 문득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나도 흘러가고, 모든 것이 흘러간다. 딱히 뭔가 건져 올려지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만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쉬운 순간이 더 기억에 선명하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면 뭐 하나?’ 하는 심정이 되면 좋았던 기억마저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진다.


어느덧 9월이 되었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덥고 밤에도 그 열기가 가시지 않아 그렇게 선선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더 무기력하다. 굳이 이런 기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그렇다고 인상을 쓰면서 걸었던 건 아니다. 그냥 마음이 썩 좋지 않은 것을 여기에서까지 숨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모든 것이 무심해 보인다.   


무심한 세월만큼이나 주변에는 무심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남 탓을 하지만, 사실 나도 그중에 한 명에 드는 건 분명하다. 내가 무심하니 다른 사람들도 무심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불편한 건 사실 나 때문인 것이다. 발걸음이 영 가볍지 않았다.


이 글을 썼던 지난 토요일은 불편하고 심히 후회스러웠다. 밤은 깊어가는데, 삶이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든 것이 무심해 보였다. 따지고 보면 세월만 무심한 것이 아니었는데. 나를 비롯한 사람들 자체가 무심한 거였는데.


먼 훗날,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후회하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리라. 무심했던 것!! 아무리 애써도 곧 알게 될 테다. 모든 것이 한순간의 꿈과 같다는 것을.

며칠 전에 나온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의 신곡 <pretty isn't pretty> 이 친구도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2003년생이니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뮤지션이다. 일단은 좋다. 자주 들으면 금방 질릴지 모르겠지만.


하긴,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반짝 보였다가 사라지는 것, 그게 세상 이치. 그러니 허무할 수밖에.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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