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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3. 2023

아름다운 구속 ㅡ NewJeans

한 번 듣고도 기억에 단번에 새겨지는 곡이 있다. 잊을 만하면 어디선가 흘러나와 그 시절의 나를 소환하는 통에 마음이 두 갈래 세 갈래로 복잡해지게 만드는, 바로 그런 곡이 기억에 새겨진 곡이다. 기억에 새겨진 곡은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나 추억을 반드시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이 바로 그렇다.


이 곡을 들은 지는 벌써 오래전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1990년대 중반, 대충 1996년쯤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관으로 복무 중일 때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20대 중반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한창일 나이였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메탈 밴드인 ‘부활’과 ‘시나위’의 리드보컬이었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들은 건 그 무렵이었다. 회식을 하고 노래방에 가면, 이 곡을 종종 불렀다. 무엇 때문에 이 곡이 내 기억에 깊게 새겨졌을까?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를 마지못해 부르면서 노래 분위기와는 달리 곧 침울해지곤 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그리고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노래도 잊혔고 어느 순간 나도 이 노래를 잊었다.  

지난 주말, 새로 나온 곡을 듣는 중에 뉴진스(NewJeans)의 <아름다운 구속>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구속'이라? 내가 아는 김종서의 그 곡인가? 들어보니 맞았다. 김종서의 원 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의 OST였다.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 그런데 분위기는 뭔가 달랐다. 좀 더 경쾌해졌다고 할까. '김종서가 부른 원 곡을 뉴진스가 부르니 이렇게 바뀌는 거구나.‘ 신선했다.


거기에서 그치면 좋았을 텐데, 노래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옛 생각이 스멀스멀 가슴 저편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을 수 없었다. 순간 예전처럼 찡해졌다.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갔다. 아름다운 구속, 애틋한 사랑 이야기!!

내가 이 곡을 기억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구속인데 아름답다니?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구속당하는 건 싫어하기 마련인데, 아름다운 구속이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사랑에 대해 잘 모르던 때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랑하면 그(녀)에게 구속당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구속마저도 아름다운, 노래 제목처럼 아름다운 구속이 시작되는, 아니 시작되어야 하는 거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어쩔 줄 모르겠고, 그 순간엔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구속의 시간, 그녀가 달아날까 봐 두렵고 헤어질 때 집 앞에서 그녀를 들여보내는 것조차 힘겨워지는, 도무지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맹목적이고, 사랑하는 이에게 기꺼이 속박당하고 싶어지는 그 무엇이다.


나는 뉴진스의 이 곡을 들으며 음악도 끝없이 갱신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 인간처럼, 한 곡의 음악도 시대가 바뀌면 당연히 또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뉴진스의 곡을 링크했으니 김종서의 원곡을 링크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들어보면 차이가 무엇인지,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게 또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물론 나처럼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하게 그 차이와 변함없는 그 무엇을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없다. 노래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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