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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5. 2023

야심이 있으니까 고독 따위에 신경을 쓰는 거지

"저분은 전혀 고독하지 않아요. 태연합니다. 야심이 있으니까 고독 따위에 마음을 쓰는 거지, 딴 세계 일 따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면 백 년 천 년 혼자 있어도 편안합니다. 그야말로 비평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이죠."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우라시마 씨>에 나오는 글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지적대로, 지금 고독하다고 느낀다면, ㅡ 실제로 고독한지를 떠나서 ㅡ, 나는 여전히 야심이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동안 세상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살았다. 꼭 직업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일이 영향을 준 것도 일정 부분 사실이다. 공직에 있으면 누군가의 주목이나 견제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선 고독이나 외로움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를 보는 남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혼자 있으면 찌질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적잖이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진정한 자유는 그런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누가 옆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고독은 옆에 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내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사실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혼자 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지낸다. 마음에 그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도 잘 지내야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답게, 나로서 충분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싶다. 큰 굴레를 벗은 지금, 굳이 남 눈 의식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데도 여전히 잘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고쳐가야 할 이유이다.  


요 며칠 다시 더웠다. 중국 등 주변으로 올라온 태풍의 영향인지 밤에도 습도가 높아서 잠을 푹 자기 어려웠다. 여름 기운이 힘을 잃을 9월이건만, 여름이 정말 가기 싫은가 보다. 미련이 남은 탓일까.


오은 시인도 말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더 오래 산다고.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며칠 전 산책했던 북촌의 길은 홀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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