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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21. 2023

모든 것은 오직 현재일 뿐이다

알베르 카뮈 ㅡ 겨울 여름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 알베르 카뮈(1913 - 1960).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번 읽으면 금세 휘발되고 마는 글을 쓰는 작가들과 달리 나름의 철학과 사상을 스토리에 담은 몇 안 되는 '작가들의 작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존주의, 개인의 부조리' 사상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는 작가이기 전에 철학자였다. 그의 대표작인 <이방인>이나 <페스트>를 읽어보면 그의 사상이 간단히 이해할 수 뭔가 심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두 책 모두 읽었지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


그의 책 <결혼 여름>은 메모 형식의 그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정신은 치열하고 새롭다. 유일하게 문학작품이 아닌 몇 안 되는 에세이를 읽는다면 이 책도 그중에 하나일 것이다.       



치열한 햇빛과 바람의 목욕은

'나'의 모든 생명력을 다 소진시켰다.

나는 현존한다.

그것은 나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미래에 대하여 기대할 것이란 없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모든 것은 오직 현재일 뿐이다.

(...)

삶이란 대지와 바다, 태양의 진실 그리고

나의 죽음의 진실을 성취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소진시킬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뭘 해도 치열했던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치열하진' 못했다. 삶에 의지를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부족한 것투성이다. 매 순간 임기응변식으로 대충 살았던 것이 그동안의 나의 삶이었다.


카뮈의 저 문장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자신의 생명까지 소진시킬 정도로 철저하게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순간을 불태울 정도로 철저히 산 사람만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을 것이다.


오직 현재만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철저히 사는 것, 카뮈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 치열한 삶이었다.


내가 아는 '작가들의 작가'는 공교롭게도 자의 반 타의 반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다. 카뮈 역시 불의의 교통사고로 47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게 사망했다. 마치 허무한 것이 우리 인생임을 가르쳐 주려는 듯이 죽음마저 상징적이었다. 나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떤 글을 썼을까, 가끔 상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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