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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08. 2021

언젠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나는 고개를 들고 북해 상공을 덮은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무라카미 하루키 _ 노르웨이의 숲>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언젠가는>의 가사가 언급된 기사를 읽었다. 1993년도에 나온 곡이니 벌써 오래전이다. 가수 이상은은 대학가요제에서 <담다디>라는 곡으로 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신나는 곡을 부르는 댄스 가수로만 생각했다. 내 취향도 아니라서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그 후 그녀가 가수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단순한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 자신만의 음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도.


아무튼 기사에 언급된 가사 때문에 이 곡을 찾아서 들었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가슴에 와닿았다. 그녀는 젊음이 한창인 나이에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었을까. 마치 인생도 사랑도 이미 다 아는 듯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듣는 예전 음악은, 마치 같은 책을 두 번째 읽으면 처음 읽을 때와 다른 느낌으로 전해지는 것처럼, 그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이제 나이가 든 탓인지 아니면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인지, 노래를 듣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책 첫 부분에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물론 나오코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1993년을 떠올려본다. 이미 사라져 버린 많은 것에 대해서도.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 나도 세월 따라 흘러가 버렸고. 그때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긴 지금 와서 그걸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그때의 기억 역시 어김없이 멀어져 가고, 이미 많은 것을 잊어버렸는데...





나는 이렇게 가슴 한편을 채운 먹먹함을 체념으로 눌러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이 곡을 스포티파이 리스트에 저장했다. 나중에 산책을 하면서 조용히 다시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한편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고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때로 그런 먹먹한 심정이 있어도 된다고, 안 그러면 남은 삶이 얼마나 삭막하겠냐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https://youtu.be/CNOjcBxR4X4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이상은 _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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