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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05. 2023

어떻게 하면 책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책을 읽어도 책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든 탓일까? 아니면 책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며칠 지나면 언제 읽었냐는 듯, 읽었던 책을 펼치면 어슴푸레하게 기억나는 문장들도 있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새롭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기는 한 건가?' 느낌표(!)가 아닌 의문문(?)이 붙습니다.


물론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줄거리는 대충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려운 책이거나 특별한 줄거리 없이 의식의 흐름을 쫓는 모더니즘에 기반한 소설이라면 그나마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쫓아가며 사유하고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니까요. 읽어내느라 급급해서 눈으로만 대충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은 마음과 머리까지 총동원해서 읽어야지만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어쩌면 생각한 만큼만 남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듯이 읽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하면 책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먼저 더디더라도 꼼꼼히 한 문장 한 문장 신경 쓰면서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생각을 다 이해한다는 것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필사를 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명문을 쓴 작가의 책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힘든 일입니다. 필사에 집중하다 보면 부분적으로 잘 기억할지 모르지만 전체를 조망하면서 읽기가 어렵습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형국이라고 할까요. 자칫 지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합니다. 일단 책 전체를 읽습니다. 기억할 문장은 틈틈이 메모해 두는 건 당연하겠지요. 한 번 다 읽고 나서 가급적 바로 읽었던 책에 대해 줄거리든 감상이든 씁니다. 읽었던 책에 대해 쓰려면 그게 줄거리가 되었든, 감상이 되었든, 다시 책을 펼쳐야 하고 그러면서 다시 한번 더 읽게 되는 것이지요.


중요한 건 '생각'입니다. 생각하지 않고 읽으면 기억은커녕 나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책 한 권 읽었네 하고 마는 거지요. 반복해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하며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네요. 생각하는 것만큼 애매하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결국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건 '얼마나 생각하면서 읽었느냐? 책을 읽는 시간 속에 내 고민이 담겨 있느냐. 나와 연관된 부분을 찾아내었느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나를 돌아봄으로써 내 삶의 자세를 바로 세우고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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