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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4. 2023

마음에 한 조각 하늘을 늘 간직할 수 있었으면

요 며칠 하늘이 맑고 청명했다. 지난여름 뿌연 연무로 뒤덮인 대지를 생각하면 엄청난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힘을 자연이 가졌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다르게 다가왔다. 가을이 왔나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내 필설로는 저 하늘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게 아쉬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어떤 장면을 깊이 있는 사색과 통찰을 통해 바라보는 세련된 시선, 그건 삶을 한 뼘 더 넓게 보게 하는 힘이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그랬다. 그가 쓴 그 유명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물론 제 집에는 불필요한 것밖에 없습니다. 여기 커다란 하늘 조각처럼 정작 필요한 건 하나도 없고 말입니다. 어린 친구, 언제나 그대 인생 위에 한 조각 하늘을 간직하게나."


내가 보고 있는 이 하늘 말고 과연 지금 무엇이 더 필요한가. 내 인생 위에 펼쳐진 한 조각 하늘을 마음에 늘 간직한다면 세상 문제로 골치가 아플 때 덜 힘들 것 같다. 문제는 '그 하늘을 간직할 마음이 나에게 있느냐'이다. 우리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주변 모든 것들을 흘려보낸다. 눈여겨보면 세상에는 의미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관심이 없으니 나중에 추억할 대상도 딱히 없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하늘도 자연현상의 일부로 스쳐보지 않았다.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마음 깊이 간직했다. 사색의 깊이와 기억의 힘으로 그는 위대한 소설을 썼던 것이다. 우리 역시 살아갈 힘이 거기에서 나오기도 한다.


삶은 지나간 날을 기억하며 그 기억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에 아로새기는 일이다. 나는 마음속에 어떤 추억들을 간직할 것인가. 모처럼 찾아온 이 청명한 가을이 가기 전에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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