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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6. 2023

이 가을에는 좀 더 침묵할 수 있었으면

말은 많지만 쓸모 있는 말은 별로 없고 오히려 말 때문에 시끄러운 요즘, 과연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말에 진심을 담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서로의 의사를 알고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말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뱉은 말을 상대가 오해하기 십상이고 내가 한 말에 대한 상대의 반응이 썩 좋지 않을 때 뻘쭘해지기도 한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 오히려 소통을 해치는 것이다. 뭔가 자꾸 어긋난다는 느낌이랄까. 가까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그런지 묵언 수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을 줄이고 차라리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상대의 의중을 헤아린 다음 할 말을 찾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고 말에 담긴 상대의 진의와 생각을 음미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인내)과 음미를 위한 시간, 즉 침묵이 필요한 거다.




어쩌면 말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했던 침묵, 그 침묵이 말보다 오래된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지기 전인 태초에는 침묵과 고요만이 있었을 테니까.


침묵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자연의 침묵 또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그 자리에 있다고 아무 의미도 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분명한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문득 나도 그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나부터 침묵해야 한다. 어젯밤은 지금 이 순간 나를 둘러싼 침묵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가을에는 좀 더 침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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