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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7. 2023

어차피 ㅡ 자기와의 싸움

내 희망과 내 뜻과 달리 흘러가는 냉정한 현실, 실낱같이 기대했던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고 초조하고 조바심 났던 마음은 이제 다 풀어져 침대 위에 널브러지듯 사라지고 마는 때가 있었다. 화가 나지만 그래봤자 어차피 소용이 없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면 어느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냉소적이 되는 건 시간문제. 어차피 안 되는 거였으니 해서 뭐 해, 어차피 별 소용이 없을 텐데, 어차피 결국 끝나고 말 텐데, 문제는 그 ‘어차피’라는 체념과 포기였다.


삶은 이 ‘어차피’라는 자기 체념에 빠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감사는 감사할 일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생의 관점이고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삶을 긍정하는 그 ‘관점과 시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라는 체념을 이겨낼 수 있는 것 역시 그 ‘관점’의 회복으로 가능하다.


요즘 이 싸움에서 자꾸 지고 있다. 지켜야 할 관점과 시선을 놓쳐버렸다. 당연한 결과로 매사에 시니컬해지고 냉소적이 되었다. 그나마 책을 읽고 있어 이 정도일 뿐.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도 '어차피 할 수 없지 읺은가'라는 말을 되뇌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씁쓸해진다. 하늘은 이처럼 청명하고 맑은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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