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전봉건 시인의 <사랑>의 한 구절. 사랑은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끝까지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중간에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통과해야 비로소 얻어지는 게 사랑이다. 상대가 힘들어하고 흔들릴 때, 나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인내하면서 지켜보는 것, 그게 사랑을 지키는 길이다.
대개 사랑이 그 빛을 잃는 것은, 함께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잊고 서로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잘하기가 더 어려운 법. 내 곁에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인데 소중함을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공기와 물처럼.
사랑의 가장 큰 적은 (이기적인) 기대와 시간이다.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만 기대나 바람은 낮출 수 있다. 불완전한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완성된다. 첫 사랑의 느낌을 희미하게 퇴색시키는 건 시간이지만, 사랑을 완성하는 것도 결국 그런 인내가 쌓인 시간이다.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두 사람 몫만큼 사랑하겠어요.
<영화 Love letter,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