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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by 서영수

겐조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신분마저 미천한 사람을 형수라고 부르는 것은 싫다며 마음 약한 형을 괴롭혔다.


"속이 좁아터졌구먼."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은 겐조를 반성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완고하게 만들었다. 겐조는 사회적인 습속만을 중시하려고 학문을 배운 것처럼 나쁜 아집에 빠져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는 자기가 분별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배우고 익힌 것들을 자랑하려는 폐단을 보였다. 겐조는 예전의 자기 모습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99p>




요즘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를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주인공 겐조와 내가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가 부끄러워졌다가 그랬다. 오늘 인용한 이 글처럼, 작가가 마치 나 보라고 쓴 글처럼 느껴지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특히 그렇다.


과연 내가 겐조와 뭐가 다른가.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요즘 들어 내 모습이 더 부끄러워지는 것은 나이 탓도, 계절 탓도 아니다. 별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 다른 사람보다 잘난 척했던 나의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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