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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8. 2023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돌아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대답만 해주세요. 왜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제 곁을 떠났는지를…..'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몇 년 전에 읽었던 미야모토 테루의 서간 소설 <환상의 빛>을 꺼내 훑어보았다.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혹시 내 기분에 어울리는 문장이 있을지 몰라서였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버린 유미코. 그녀는 답장 없는 편지를 죽은 남편에게 쓴다. 그 편지는 그 누구도 읽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수신인은 그녀 자신이었다. 답장 없는 편지를 남겨서라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그런다고 남편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 책을 다시 꺼낸 것일까. 딱히 나한테 맞는 답을 찾을 수 없는데도. 그녀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녀와 같이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결국 그 상대는 내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불행이라는 것의 정체가 비쳤습니다.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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