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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3. 2021

끊임없는 의문,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환상의 빛, 1995>

갑작스럽게 생을 떠난 남편 이쿠오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가는 유미코. 죽은 자는 말이 없고 홀로 남겨진 자는 그를 잊지 못해 힘들어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의문은 그녀를,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말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 역시 제대로 된 답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답이 있는 질문을 해야 바른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그렇다. 답이 없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게 인생이다.

 

영화는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소설은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서신으로 되어 있다. 발신자는 있지만 수신자는 없는 그래서 더 애달픈 편지다.  


"당신을 잃어버린 슬픔은 저 자신조차 몸이 떨릴 정도로 이상한 것으로, 그것은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타인의 억측이 미치지 못하는, 아무런 이유도 발견되지 않는 자살이라는 형태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발을 동동 구를 만한 분함과 슬픔이 가슴속에 서리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분함과 슬픔 덕분에 오늘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나 궁리를 한 것도 아닌데 다미오 씨와 도모코는 이제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뒷모습에 말을 거는 것으로, 위태롭게 시들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지탱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소설 역시 딱히 결론이 없다.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영화가 그렇듯. 남겨진 그녀 또한 별로 말이 없다. 가끔 내뱉는 탄식과도 같은 독백 외에는. 말이 아닌 눈빛, 행동으로 그녀의 마음 상태를 짐작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소설은 우리 인생을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살면서 갖게 되는 수많은 의문들이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고, 그 의문들에 대해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렇게 탄식한다.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불행이라는 것의 정체가 비쳤습니다.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질문해도 답을 찾지 못할지 모른다. 그런 질문은 질문으로서의 의미 외에는  의미가 없으니까. 오히려 질문이 반복될수록 자기 연민으로 흐르기 쉽다. 그렇다고 우리는 질문 자체를 멈출 수도 없다. 질문 자체가 인생이기 때문이다. 답을 구하지 못한  질문도 답이기 때문이다.


"아아, 역시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네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끔 몸 어딘가에서 찡하니 뜨거운 아픔이 일어 기분이 좋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 그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답을 구한 것 같았다. 죽은 남편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 것이다. 비록 자신이 찾는 답을 구하진 못했어도 그녀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답을 구할 수 없어도 질문을 멈춰 선 안된다고. 그 질문 자체가 답이라고. 이동진 영화평론가 역시 이렇게 말한다. “생의 진창 속 시린 발목을 이제 그만 문질러 없애고 공기 속으로 휘발되고 싶은 피로가 있다. 하지만 그 빛 너머로 훌쩍 넘어갈 수 없는 지금,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말을 걸고 또 건다. 미야모토 테루가 그랬고, 고래에다 히로카즈도 그랬다. 해답이 끝없이 미끄러지는 질문의 연쇄가 결국 문학을 만들고 영화를 빚는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일어나야 할 일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지금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면 질문 자체를 바꿔보아야 한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 그건 그렇고),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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