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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9. 2023

오해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비롯된다

에릭 호퍼 ㅡ 인간의 조건

"오해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 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비롯된다."


오직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구축하고 평생 떠돌이 노동자로 살았던 미국의 사회철학자 Eric Hoffer(에릭 호퍼, 1902 - 1983)가 <인간의 조건>에서 한 말이다.  


누군가를 오해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실수로 그럴 수 있지만 대개는 나의 의지와 의도에 따라 오해와 오판이 생기기도 한다. 전체를 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해서 보거나 전체 상황이 아닌 부분만 보는 것, 일종의 내 중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편집 또는 왜곡할 때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자기 이해관계에 걸려 있을 때 그렇다. 에릭 호퍼의 말대로 애초부터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즉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해는, 무지(無知)나 부지(不知)를 빼고는, 자신의 의지가 담긴 일종의 고집스러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같은 말을 듣고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한편으로 조심스러워진다. 호퍼의 글을 읽고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내가 처한 상황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혹은 누군가의 글이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하는 건 곤란하다. 오해하지 않기 위해선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야 하고 전체를 조망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섣부르게 말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애쓰는 것, 상황이 나에게 불리해도 불리한 점까지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 그런 사람에게선 삶의 격과 품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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