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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31. 2023

계절의 변화 그리고 반복되는 삶

가을이 이제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곧 11월, 공기는 한결 더 차가워질 테고 곱게 물든 단풍은 낙엽이 되어 행인들에게 밟히거나 한 줌의 쓰레기가 되어 태워질 것이다. 풍경 역시 초겨울 특유의 삭막하고 건조한 분위기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봄을 그리워할지 모른다. 어서 꽃 피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봄은 잠시, 곧 힘겹게 견뎌야 하는 여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존재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삶은 반복된다. 반복되는 삶은 나이듦이라는 흔적을 남긴 채, 생명이 유지되는 한, 망각이라는 힘으로 또다시 우리를 끌어갈 것이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그 질문으로 인해 내일의 내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질문이 없으면, ㅡ답을 찾고 못 찾고는 차치하고 ㅡ, 오늘과 같은 내일,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된다.


'나는 오늘만 생각해, 오늘만 살아!!'라는 말을 들었다. 좋은 말이라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여전히 그립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오늘 그리고 내일마저도 그때와 같을 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하는 마음도 들지만 꼭 가을 탓만이 아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늘 마지막이 되면 뭔가 아쉬운 마음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아쉽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11월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10월을 살 것만 같다.


11월이 되면 늦가을을 넘어 겨울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 든다. 10월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런지 읽었던 책들만이 기억에 떠오른다. 그 기억마저도 없었으면 얼마나 공허했을까. 하긴 내가 바라던 바 아니던가. 점점 모든 것을 비우고 버리는 무념무상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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