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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0. 2023

도대체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인격이 완성되고 나면 만나 주겠다고 하시지만, 도대체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언젠가 읽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서간에 나오는 이 글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얼마나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 사람인지 나는 자주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한계를 생각하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쩌면 애써 모른 체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삶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온통 문제투성이임에도 마치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직시하고 고쳐야 하는데 골치가 아프다는 이유로 문제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그에 맞춰 변화하지만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진실하지 못했고. 한계에 대한 부족한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왜 시간에 따라 변하는가.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 고집스럽게 변화를 거부한다. 마치 신의 지위에라도 올라간 것처럼.


"삶은 아무것도 속이지 않는다. 정직하게 시간의 칼을 휘두르며, 자기의 변화를 완성할 뿐." 이성복 시인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나 자신을 완성해 가려고 노력할 수는 있어도 나는 나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나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젠 분명히 알고 있다. 삶이 주는 깨달음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 불완전함 때문에 우리의 노력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뭔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내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완전한 무엇을 성취하는 것보다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그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노력이냐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방향이 틀리면 헛수고일 뿐. 자신의 실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변화 둘 다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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