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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4. 2023

AI가 찾아준 지난 시절의 추억

Cocteau Twins ㅡ Cherry-Coloured Funk

드림 팝(Dream Pop)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평가받는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 그리고 그들의 명곡 <Cherry-Coloured Funk> 1990년에 발매된 곡이니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 곡을 처음 듣고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충격이라고 말하니 좀 거창한데 '감동'을 넘어 뭔가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한동안 이 곡을 잊고 살았다. 어디선가 들렸어도 모르고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근자에 주변에서 이 곡을 듣고 있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혹시 지금까지 이 곡을 듣고 있거나 일부러 찾아서 듣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와 한 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음악은 세대 또는 생각이나 삶의 이력을 뛰어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나와 비슷한 감정이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잊힌 곡이 되었다. '나도 언젠가 이 곡처럼 사람들에게서 잊히겠지. 어쩌면 지금도 그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사라지고 잊히는 건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기도 하니까.' 어느덧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초입이라서 그런지 순간 쓸쓸해졌다.




콕토 트윈스의 곡을 듣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 주말, '더 스미스(The Smiths)'의 곡을 듣다가 이 곡을 듣게 되었다. The Smiths의 곡을 듣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더 킬러(The Killer, 2023)'에서 주인공(배우 마이클 패스밴더)이 듣는 곡이 The Smiths의 곡이었다. (참고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서사보다는 스타일과 비주얼을 부각시키기 위해 영상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랜만에 스미스의 곡을 듣다가 아마 비슷한 풍이라고 판단했는지 AI가 이 곡을 추천해 주었다. 고마운 AI. 때로 AI가 인간보다 나을 때가 있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는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동료는 어쩌면 사람이 아닌 AI 일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이 나온다.


'오랜 시간 데이터를 입력하고, 검색하고 사고의 체계를 나누며, 내 능력과 선호나 취향을 전수받은 AI는, 나의 판단 논리와 사고방식을 습득하여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 심심상인(心心相印)의 든든한 아군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글의 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다니,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다른 사람이 헤아리지 못하는 나만의 취향이나 성향, 기분을 파악해서 음악이든 뭔가를 찾아준다면, 그것 또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위로와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 以心傳心은 마음과 마음이 통(通)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된다는 뜻이고, 心心相印 역시 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뜻을 전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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