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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4. 2023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누군가의 허물이나 잘못이 눈에 크게 보일 경우 대개 애정이 식은 경우이다. 그 사람이 좋고 사랑스러울 때는 뭘 해도 좋게 보인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간사해서 항상 같을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다. 당연한 결과로 그전까지 좋게 보였던 점이 단점으로 보이고, 결점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온다.  


도대체 나는 그대로인데, 왜 내가 별로라고 하는 건지 불만스러워진다. 그의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거친 세상과 세월을 거치면서,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마음이 풍화(風化)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고쳐야 할 게 있으면 고치면 좋겠지만 어디 사람이 쉽게 변하던가. 결국 대화의 단절로까지 이어지고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진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인간은 이해관계에 민감해서 나한테 별 이득이 없으면 굳이 그 사람을 찾거나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사회에서 알게 된 사이는 더 그렇다. 잘 보여서 나한테 득이 될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을 하지만 소위 끈이 떨어져 나한테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비정한 현실이지만, 과연 나는 다른가 하는 물음 앞에서 서면 그들을 탓하기도 어렵다. 그런 현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관계가 그렇게 된 데에는 내 탓도 있을 것이다.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 어설픈 자존심, 서먹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이해타산적인 이기심 등이 쌓이고 쌓여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과연 남녀 사이라고 다를까.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어떤 이유로든 등 돌리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만다. 부부 사이도 다르지 않다.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면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그냥 책이나 읽자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묘해서 어떤 연유로든 자주 연락하고 지내면 원수 같은 사이라도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나쓰메 소세키도 <한눈팔기>에서 겐조의 생각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멀어지지만, 함께 있으면 설령 원수지간이라 하더라도 그럭저럭 살아가게 되지. 결국 이것이 인간이니까.'


그러니 상대의 소원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기를. 상대의 약점이나 단점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기를. 상대의 말은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를 뿐임을 늘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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