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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5. 2023

고요한가 시끄러운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인간과 달리 자연은 대체로 고요하다.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 길가의 나무들, 잔잔한 호수 모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연이 지어낸 풍경 역시 평온하다. 설사 소리가 난다고 해도 시끄럽고 잡스러운 소리를 내는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와는 사뭇 다른 정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문제는 우리가 고요한 자연을 누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주목하지 않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게 되는 것은,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해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의 무심함 때문이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자연에 있는 것들은 인간이 만든 화려하고 멋진 구조물이나 물건과 다르게 소박하고 꾸밈이 없기 때문이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숨어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담는 것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일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비록 자연 속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품었던 그 고요함을 끄집어내 나를 평온하게 만들 수 있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자연이 품고 있는 여백과 고요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자연을 닮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시끄러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이지 세상이 아니었다. 내가 고요하면 세상도 고요하고 내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면 세상 역시 똑같이 반응한다. 중요한 건 언제나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 그리고 나의 중심, 마음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나는 지금 고요한가. 시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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