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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6. 2023

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겐조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신분마저 미천한 사람을 형수라고 부르는 것은 싫다며 마음 약한 형을 괴롭혔다.


"속이 좁아터졌구먼."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은 겐조를 반성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완고하게 만들었다. 겐조는 사회적인 습속만을 중시하려고 학문을 배운 것처럼 나쁜 아집에 빠져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는 자기가 분별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배우고 익힌 것들을 자랑하려는 폐단을 보였다. 겐조는 예전의 자기 모습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99p>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에 나오는 글이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주인공 겐조와 내가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불편해졌다가 부끄러워졌다가 그러고 있다. 오늘 인용한 글처럼, 작가가 마치 나 보라고 쓴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특히 그렇다.


고지식한 지식인의 전형인 겐조, 자의식과 자존심이 강해 심지어 자신보다 못 배웠다는 이유로 아내를 무시하거나 냉정하게 대할 때가 있다. 감정 표현도 서툴러서 그저 속으로만 품고 마는 남자. 아직 소설을 다 읽지 못해 그에 대해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소설이 쓰인 1915년 무렵의 일본의 시대 상황을 감안해도,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가 또 한편으로 굳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평소 인간의 삶을 그려낸 문학은 나의 삶의 거울이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한 인간의 고뇌와 고민,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책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겐조를 통해 나는 나를 다시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내가 겐조와 뭐가 다른가.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그때의 나의 현실이 마치 나의 능력으로 된 것인 양 착각에 빠진 채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세상을 향해 불평하던 모습이 스쳐갔다. 겐조의 불만이 나의 불만이었다.


요즘 들어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것은 나이 탓도, 계절 탓도 아니다.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존심에 아는 척, 다른 사람보다 잘난 척했던 지난 시절의 내 모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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