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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8. 2023

나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가

어제는 산책을 하면서 '기도'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아마 제 뜻대로 되지 않은 현실에 맞닥뜨려 뭔가 마음을 추스를 필요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복잡한 현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걱정과 염려 그리고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찬 제 마음을 돌아보며 제가 그나마 내린 결론이 이렇습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구하고 무언가를 얻기를 원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힘을 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헛된 욕망,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게 해 달라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는 나아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한 비뚤어진 마음을 갖지 않게 해달라고 간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모두 나를 버리는 행위들이고 그래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꼭 기독교 신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불교신자든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신을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형식과 방법을 떠나 기도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기도가 깊어지는 것은 바로 자신을 버리려고 애쓰고 간구하는 시간을 통해서입니다. 기도의  진정한 의미는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과 싸움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힘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차분히 하나님 앞에서 그분의 음성을 듣고 나를 고치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기도의 의미는 이런 것인데 '나는 과연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상적이고 틀에 박힌 그것도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하고 서둘러서 적당히 중언부언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원하는 바를 달라고 기도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완고한 자의식과 자기 연민에 빠져 헤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마음과 믿음이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심한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나쁜 건 아니라고 믿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무너졌습니다.


기도했으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꾸 결과에 집착했습니다.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바로 그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실패했던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될 때는 누구나 좋아합니다. 감사 기도가 터집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지라도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고 감사하는 것은 남다른 믿음과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진정 자기 자신을 버렸는지는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결과가 나왔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결국 그 시간만큼 나만 손해입니다. 무언가를 이루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그보다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도의 어려움은 온전한 기도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건 예수가 말한 대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를 따르는 길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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