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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8. 2023

불안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 것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면 불안감은 증폭됩니다. 잘할 수 있을까? 불안감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게 만드는 조심성을 낳고 신중하게 처신하게 만들지만, 지나치면 너무 긴장해서 오히려 일을 그르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든지 적당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요즘만 그랬던 건 아닙니다. 역사 이래 모든 인간은, 인간이 살았던 삶은 끊임없이 불투명하고 불안했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입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점을 치고 종교에 귀의하고, 자신만의 수호신을 섬기는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어떤 것도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해소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믿었을 뿐입니다. 어쩌면 신앙은 그 믿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신을 신뢰하고 믿는 것입니다.


신을 믿는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자세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변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니 세상은 그대로지만 뭔가 새로운 힘이 솟구치기도 합니다. 그 힘으로 그들은 살아갔고 불안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들이 믿었던 신이 그들을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식과 방법이 아닐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실이 바뀌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변화되면 신은 현실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신이 보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중심, 삶과 상황을 대하는 나의 시선과 태도니까요. 토마스 머튼 신부의 고백입니다.



우리가 고통과 불안 속에서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우리의 힘에 걸맞은 분별력을,

우리의 지식에 맞는 지혜를,

우리의 부와 능력에 걸맞은

자비심을 주소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불안, 염려, 걱정 모두 그렇습니다. 문제는 한번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내는 방법은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생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 역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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