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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4. 2023

12월,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세워가야

"사람이 누구라는 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했던 것과 앞으로 할 것들이지요."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출신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하얀 성>에 나오는 글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했던 일과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들로 규정된다. 중요한 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이다.


직업이 뭐고 사회적으로 어떤 신분과 명예를 갖고 있는지는 부차적인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왔고 직업이 무엇인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사람이 추구하는 내적인 가치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헤아려볼 생각은 도무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주말,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 감소 속도가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빠르다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이 일부 언론의 헤드라인(링크)을 장식했다.


칼럼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과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입시 경쟁 문화를 꼽았다. 남녀(젠더) 갈등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보수적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과 그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이 남녀 간 극심한 대립을 낳고,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긍할 부분이 많았다.


대학과 학과의 선택을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 지로 연결짓는 사회 분위기.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누리려고 하는 그래서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비교와 경쟁의식, 남녀 차별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 출생률은 점점 낮아질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르한 파묵의 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삶이 진지해지고 치열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숙고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12월 4일,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년간 했던 것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야 할 시기다.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연말 송년회나 모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리할 때 정리하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정리될지도 모르니까.


지금 나한테 무엇이 중요한지 파묵은 묻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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