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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2. 2023

모호한 답과 선명한 질문

나는 나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사람들이 규정지은 나와 내가 나를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삶이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존재하고 자신의 뜻과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만들어지는 존재라면 어떨까? 이에 대해 말한 작가가 있다. 파스칼 메르시어, 그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말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다. 언어가 없었다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낯선 개념이다. 나 자신과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와 일체가 되어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생각이 아닌,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때가 있다. 대개는 답을 구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선택의 순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를.


그런 질문이 없다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끝내 나의 의도와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나를 찾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남들에게 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이 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것을 원하고 있다고.'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이 원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후회가 많은 것이다.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기 때문에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원망이 깊어진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지만 그걸 결정하는 데 다른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면 과연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충고도 함부로 할 게 아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시간에 나를 맡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본다.


요즘 나의 화두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이다. 남들이 추구하고 원하는 돈과 명예인지,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보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현실의 벽은 두텁고 나는 사라진 채 이리저리 휘둘리며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선 질문 자체가 바른 질문이어야 한다. 답을 구하고 못 구하고는 그다음 문제. 질문이 바름에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면,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하거나 여전히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3년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과, 내가 나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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