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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30. 2023

미루다 보면 결국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새벽,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 이유를 확인해 보니 난방 스위치를 켜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채 잠이 든 것이다. 옷도 얇게 입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일어날 시간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그런 경험이 있다. 잠이 쏟아질 때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야지 하고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면 아침인 상황. 얼마나 낭패스러운지 모른다.


피곤하면 자기 전에 씻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잠깐 누웠다가 씻어야지 하고 누웠는데 어느덧 새벽녘, 그것도 불도 끄지 않은 채, 대충 씻고 다시 잔 적이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물론 한 번 안 씻는다고 큰일이 나진 않겠지만.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언젠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 그래서 끝내 하지 못하고 마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야 할 음악, 꼭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들…


미루다 보면 결국 못하고 만다. 기회가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기회가 다시 주어질 것처럼 느긋하게 미룬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상당수가 굳이 안 해도 되는,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건 미세한 차이.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면 미세한 틈 사이로 물이 새면 나중에 더 큰 구멍이 생기듯 도저히 회복할 길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을까. 나도 한때는 많다고 생각했다. 여유를 부려도, 잠시 미루어도 나중에 다시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시간은 딱 그만큼만 주어졌던 거다. 나중이란 없었다. 그 시간을 놓치면 그때 했어야 할 일들을 다시 할 수 없었다. 설사 한다고 해도 그때 했더라면 좋았을 느낌과 감정이 아니다. 우리 인생이 한 번뿐인 것처럼 모든 것은 단 한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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