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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5. 2023

시선과 관점의 차이, 지금이라고 그때와 다를까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겐조는 가끔 집에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청년들과 마주 앉을 때면 밝고 명랑한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내면을 비교해 보곤 했다. 겐조의 눈에 비친 청년들은 모두 유쾌하게 앞을 응시하면서 미래를 향해서만 걸어가는 듯했다. 어느 날 겐조가 청년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행복하겠네. 졸업하면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할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선생님 시대의 일이겠지요.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 건 물론 아닙니다만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으니까요."


과연 겐조가 졸업한 시대와 비교하면 세상은 열 배는 더 살아가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의식주와 관련된 물질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따라서 청년의 대답에는 겐조의 생각과 다소 엇갈리는 점이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 ㅡ 한눈팔기, 123 - 124p>




일본 메이지 시대, 지금과는 너무 먼 시대에 지식인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겐조와 제자들 간에 오간 대화다. 이 부분을 읽고 과연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 이야기가 지금 시대의 작가가 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인간의 삶은 그 시절도 지금처럼 어려웠고 청년들의 고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상, 이 주제는 어느 시대든 인간 삶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 역시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출산율의 저하로 학령인구는 줄었으나 원하는 대학은 들어가기 더 어려워졌고, 설사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과거에 비해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


모든 것이 정체된 사회,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는 인구 감소와 청년들의 실업 문제 등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자신의 문제로 깊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소위 기득권 세대, 즉 이미 누릴 것을 누리고 있고 갖고 있는 것이 청년들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세상과 문제를 보는 관점의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겐조와 청년들의 대화가 어긋난 것 역시 생각과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20대를 통과하고 있는 청년들은 내면에 있는 고민은 드러내지 않은 채(사실 이건 누구나 그렇다. 자기만의 고민을 남들 앞에선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걱정 없이 밝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겐조는 생활고는 말할 것도 없고 해야 할 일에 챙겨야 할 주변 사람들까지 겹쳐 시름이 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청년들이 행복해 보이고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겐조가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의식주,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형이상학적인 가치와 철학의 문제였는데 청년들은 오직 물질적인 문제에 국한해서 겐조의 질문을 받아들인 것도 차이라면 차이였다.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우선하는 것인지 선뜻 답하기 어렵지만 관념적이고 지적인 겐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청년들은 별생각이나 고민 없이 현실적인 문제에만 치중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보였을지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겐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는 조금이라도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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