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Dec 12. 2023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가

잭 케루악 ㅡ 길 위에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진짜 인생이, 진짜 밤이, 그 지옥이, 무의미한 악몽의 길이 거친 광기와 방탕으로 가득했던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내면은 끝도 시작도 없이 공허하다. 무지가 갖가지 슬픔을 빚어낸다." <잭 케루악 ㅡ 길 위에서> 


미국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를 대표하는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소설 <길 위에서, On the Road> 저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라는 이 책을 쓰면서 그는 무엇에 저항하려고 했을까? 흔히들 말하는 기존 세대의 부조리한 문화와 관습이었을까.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저항한다. 주변 환경에, 다른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 부조리한 관습과 문화에. 모두 의미가 있다. 아마 케루악도 겉으로는 그런 것들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답답한 현실, 보이지 않는 미래.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일종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떠난 길...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불만스럽다. 실제로 현실이 그렇기도 하다.


과연 저항이 거기에서 그쳐야 할까? 주변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면 더 나아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뭔가가 실현되면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삶이 시작되는 것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변화의 주체와 관련된 끊임없는 논쟁. 끝없는 오류와 잘못 그리고 후회와 반성. 인간의 역사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변화의 주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거창하게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볼 때도 다르지 않다. 무엇에 저항해야 지금보다 나아질까?   




나는 정말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의미 있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스스로를 용납하고 합리화하면서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아마 잭 케루악이 저항하려고 했던 것은 겉으로는 기존 문화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었겠지만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시대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은 맞지만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덧 12월 중순,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앞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나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버려진 누더기처럼 늙어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ㅡ잭 케루악




매거진의 이전글 시선과 관점의 차이, 지금이라고 그때와 다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