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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4. 2023

소란스러운 현실에서 찾아야 하는 고요와 여유

실시간으로 나오는 재난과 전쟁, 끊임없는 다툼과 분쟁... 뉴스나 신문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운 기사로 넘쳐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요즘 더 심해진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세상까지 나를 힘들게 하네, 푸념이 절로 나온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도 아름답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보다는 부수고 때리고 죽이는 자극적인 영화가 대부분이다. 볼 때는 스릴이 넘치고 흥분되지만 보고 나면 남는 건 공허함뿐이다. 그런 영화를 보면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타임 킬링으로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는 좋지만 그 시간을 오롯이 나만의 시간, 쉼과 여백으로 채우긴 어려운 것이다.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누구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이 타임 킬링 용도로 소비될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시간이 남으면 밖에 나가서 걷든지, 아니면 심심한 채로 있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그 심심함과 적적함을 참지 못하고 뭔가를 하려다가 마음의 평온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피곤한 건 사실 내 탓이다.  




암울한 소식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밤에 편히 자기도 힘들다. 잠은 마음이 편해야 잘 수 있는 거지, 불편한 마음이 들면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둥한 것이 오히려 더 힘만 빠진다. 지극히 낙천적인 일부 사람들을 빼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잠들기 어려운 게 요즘의 현실이다.


조상들보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미는 잃었고 아울러 밤 시간도 없어지고 말았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나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나간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을 다수의 인간이 차지하고부터는 조용히 사는 건 물 건너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인터넷 등 IT 기술의 발전으로 소식을 접하는 루트가 다양해졌고, 실시간으로 그것도 마치 옆에서 그 재난과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니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자주 느끼는 것뿐이다. 이런 생활이 일상화되면 삶이 불안정해진다. 기술의 발전이 꼭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가끔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가전제품의 전원을 차단하는 것처럼, 세상과 오프(off)하고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어 진다. 한치의 여유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무표정한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 전 BTS 데뷔 10주년 기념행사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만 행복해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너무 큰 사건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서 그런지 어느덧 우리는 웬만한 사건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미소와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안타깝다. 생각과 욕망을 비우고 그 공간에 여백과 여유를 채워 넣을 수 있는 12월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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