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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6. 2023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ㅡ 질문과 경청

사람들과 만나서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무슨 화제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거나 상대의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처음부터 심각한 이야기를 하거나 내 이야기만 할 수 없다. 상대방의 근황을 물으면서 가볍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야기의 공통 주제를 이끌어내는데 유용하다.


문제는 공통의 화제가 없어 지나치게 남 이야기나 세상 이야기만 하는 경우, 그런 경우에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공허하다. 이러려고 그 귀중한 시간을 썼는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효용, 무용의 잣대로 판단해선 안되지만 굳이 꼭 만나야 했었나 하는 후회가 드는 모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대화 주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거기에 관계가 달려 있는 것 같다. 내 이야기도 적당히 하면서 상대방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통의 주제를 찾아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지 그 사람의 관심사로 화제를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아는 것이 많아야 하고 다방면의 현안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없이 살면 그저 언론에 나온 소식이나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 이야기나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말게 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거다.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는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청이란, 모든 말을 다 듣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을 말한다. 즉 상대방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에 들어 있는 마음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진정한 경청의 힘은 진실함에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는 것,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경청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잠시 미뤄두고 상대가 하는 말부터 주의 깊게 듣고 그 말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도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만나고 나면 피곤하거나 진이 빠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대개 자기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나 비난을 할 때가 그렇다. 생각해 보면 대화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 이야기이다. 내가 무슨 책을 읽었고 사회현상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말하긴 쉽지 않다. 제일 답답한 건 대화의 화제로 삼을 만한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다는 거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다. 만나면 기운이 나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니면 상대의 진을 빼는 피곤한 사람인지를. 무엇보다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인지를.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동안 미뤄두었던 송년 모임이 많을 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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