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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06. 2024

편리를 위한 일이 불편으로 다가오는 현실

밤은 낮보다 위험합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곳곳에 가로등을 설치했습니다. 제가 산책을 하는 인왕산만 해도 사람들이 걷기 편하도록 산속에도 가로등이 있고 밤에 길이 잘 보이도록 각종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때 어둠을 물리치는 그 밝음으로 세상이 좋아졌다고 감탄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빛공해라며 집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고,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려고 애씁니다.


쉬고 잘 자기 위해서는 적당한 어둠이 필요한데 밤도 한낮처럼 밝으니 잘 잘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난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골로 떠나기도 합니다.


"북구 도시의 한 시장은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는 가로등을 얼마쯤 꺼버렸다고 한다. 시민에게 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별들을 되찾아주기 위해서였다. 낮 동안 지친 시민들이 밤의 신비를 느끼고 별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리라." 문정희 시인의 말인데,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면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과거보다 편리해졌지만 삶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경쟁적인 삶,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 당연한 결과로 여유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인공적인 조명도 그 일환입니다. 밤도 낮처럼 환하니 일하고 공부하기는 좋지만 수면 부족으로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삶의 편리나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오히려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리활동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모순된 현실 앞에 과연 편리한 게 능사냐고 묻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며 과거로 돌아가자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삶의 조건과 맞았다는 주장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모든 건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있는 법입니다. 서로 잘 보완해서 조화로운 삶의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과거 회귀 주장은 최근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위험하다고 아예 없애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떻게 선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불편하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고 편하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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