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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14. 2024

덧없는 세월, 나는 왜 쓰는가

지난 한 해, 거의 매일 글을 썼다. 마음에 들었던 글도 있었고 영 별로였던 글도 있었다. 어떤 날은 글이 술술 써졌지만 어떤 날은 뭘 써야 할지 막막한 적도 있었다. 주로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나 가볍게 떠오른 단상들 위주의 글이었다. 나름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다짐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고리타분한, 교훈적인 내용으로 흘러간 글이 다수였다.


요즘은 셀카나 셀피(selfie)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찍는 데 서툴다. 찍은 후에도 내가 나온 사진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다. 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편으로 어떻게 이렇게 긴 글을 썼을까 하는 놀라운 마음이 드는 글도 있다.


모든 것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이미 한번 지나가면 붙잡을 수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뭔가를 쓰면 언젠가 나는 사라져도, 느낌이든 생각이든 감상이든 뭔가가 남을 것 같았다. 훗날 그때 쓴 글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나를 다시 추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치열한 삶의 현장을 외면한 채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글, 깊은 성찰이 없었거나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보다 마음속 다짐을 실천할 수 없었던 글은 나에게조차 큰 울림으로 남지 않았다.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 아름답고 멋지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행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글을 씀으로써 부족한 나를 성찰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수상 소감으로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에 대한 성찰 없이 어떻게 삶을 성찰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가 존재들과 사물들에 대해 경탄하거나 내면화하면서 재현한 것들을 강화하는지, 혹은 어지럽히는지, 스스로 묻지 않고 삶을 성찰할 수 있을까요?"


금년에도 나는 나 자신을 더 치열하게 성찰하고 싶다. 가급적 매일 조금씩이라도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나의 사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우리가 사는 인생에는 찬란한 햇볕만 비치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시간도 있다는 사실, 뭘 해도 곧 덧없고 허무함만 남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자체로도 글쓰기는 보람이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그 어둠과 덧없음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글을 씀으로써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기를. 허무하게 흘러가는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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