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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21. 2024

하루를 천년같이 천년을 하루같이

영화 <인 타임>

산책을 하다가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시간하니까 언젠가 본 영화가 떠오네요. 시간이 돈이고 생명인 시대,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고, 돈이 많은 부자들은 시간이 넘쳐나서 무료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도박과 향락에 탐닉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저스틴 팀벌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인 타임, 2011> '시간'이라는 자원이 금전과 직결되어 삶의 질과 사회적 신분을 좌우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다 보니 시간이 별로 없는 가난한 사람은 얼마 살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갑자기 이 영화가 기억난 건, 2년 전 작고한 故 이어령 교수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

한 번뿐인 내 인생, 어떻게 살고 있나요?'


모든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늙고 결국 죽습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영화처럼 과연 미래에는 시간의 소유 여부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뉠까요.


영화에선 가난한 사람들은 살아갈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뛰어다닙니다. 그것만으로도 신분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매사에 뛰어다니고 급하게 뭘 해야 된다는 생각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영화대로라면 가난하게 살았던 셈입니다.


어쩌면 영화는 어느 미래에 다가올지도 모를 공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졌는데 저처럼 여유 없이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같은 일을 해도 여유 있게 자신과 주변을 살피면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둘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의 농도와 밀도가 누가 더 높을까요. 여유 없이 사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삶을 관조하며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일까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가 오늘 뭐 했지 하는 마음이 든다면 하루를 잘 산 거라고 볼 수 없습니다. 바쁘게 살았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면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겁니다.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느릿느릿 살면서 모든 것이 기억날 정도로 시간을 밀도 있게 보냈다면 비교적 잘 산 것일 수 있습니다. 영화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주체적으로 잘 다루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요.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면 불현듯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2024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언젠가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면 우리의 삶을 셈할 겁니다. 그 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가끔은 그게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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