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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an 24. 2024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여전하고

얼마 전 금요일 밤, 잠을 설쳤다. 자려고 해도 쉬이 잠이 들지 않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선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새벽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 아마도 늦게까지 깨어 평소와 다른 뭔가를 했던 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금요일 밤은 늘 마음이 풀어진다. 소위 '불금'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와 달리 뭔가 딴짓을 해도 될 것 같은 날이다. 그때 했던 딴짓이라고 해봤자 별게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애플뮤직(Apple Music)이 업데이트가 늦어 답답했다. 보통 금요일쯤엔 장르별로 그 주의 신곡을 업데이트해 주는데 2주가 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애플에 물어볼 길도 마땅찮고, 답답한 마음에 1년 전쯤 해지했던 스포티파이(Spotify)에 재가입했다.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좋아하는 뮤지션과 좋아하는 곡을 입력하는 등 환경을 설정하다 보니 거의 1시가 다 되었다. 아뿔싸, 내일 해도 될 일을, 굳이 이 늦은 시간에 하고 있다니. 후회가 밀려왔지만 돌이키기엔 늦었다.


밤늦은 시간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포티파이를 해지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건데, 그것도 후회. 새해에는 후회를 줄이려고 했는데 몇 가지 일들로 벌써 그 다짐이 무너지고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이것만 봐도 새해 결심이 얼마나 지키지 어려운지 잘 알 수 있었다.




막 1시가 넘어서고 있어 더는 꾸물대면 안 될 것 같아 자려고 누웠지만 휴대폰 화면의 잔상이 자꾸 떠오르고 음악의 여운이 남아 쉽게 자기 어려웠다. 자기 전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나를 고요하게 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지가 엊그제건만, 눈앞에 보이는 일 앞에선 굳은 결심도 '굳은' 만큼이나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무엇이 나를 깨어 있게 만드는 건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자기 전에 불필요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뭔가 하겠다고 꽂히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새해에는 좀 더 편하게 살려고, 나를 몰아가지 않으려고 다짐했는데, 새해가 된 지 며칠 지났다고 과거의 습관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니, 내가 나를 고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외부 충격이 없으면 나는 나를 좀처럼 고치거나 바꾸지 못한다. 어느덧 과거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안 좋은 습관이 부지불식간에 현재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익숙함에 안주하는 완고한 나 자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 - 1967)는 말했다. "나는 내 삶을... 떨쳐버릴 수 없는 습관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새해, 나도 그러고 싶다. 아직 1월이니 기회는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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