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an 25. 2024

느리게 천천히 덜 집착하는

병원에 다녀온 후 몇 가지 생활습관을 바꿔야겠다고 (다짐까지는 그렇고) 생각했다. 그전부터 고치려고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즉 매사에 서두르고 빨리하려는 나의 삶의 자세와 태도. 문제는 일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그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다.


특히 밥을 먹을 때가 그랬다. 혼자 먹을 때가 많아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이 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속이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서둘렀는지 모르겠다.


서두름은 내가 먹었던 음식의 종류로 나타났다. 빨리 간편하게 손쉽게 먹을 심산으로 빵이나 패스트푸드 등을 많이 먹었다. 이태리나 북유럽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슬로 라이프하고는 한참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 가끔 속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몸이 사인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외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이었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지, 또 어떤 생각에 빠지면 왜 그렇게 골똘히 집착하는지, 그러다 지치고 스스로를 힘들게는 생활. 감정의 소모를 막고 불필요한 망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생각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고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새해가 된 기념으로 다짐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느리게 천천히 덜 생각하면서 살자고. 뭘 먹을 때도 천천히 꼭꼭 씹어서. 불필요한 간식이나 생각도 줄이고. 몸과 마음이 쉴 공간과 시간을 주어야겠다. 속은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그리고 무시했던 지난 시절, 그 잘못된 습관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면 결국 병이 나게 되어 있다. 차라리 일찍 발견한 게 다행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가끔 가볍게라도 아플 필요가 있다.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큰 병치레를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평소 건강에 신경 쓰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일을 누가 아는가. 이다음 순간을 누가 아는가. 순간순간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매 순간을 자기 영혼을 가꾸는 일에, 자기 영혼을 맑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한다." 법정 스님의 이 말은 꼭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쓸데없는데 쓰는 시간을 줄이고 삶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기를. 먹고 자고 쉬고 걷고 그리고 일하는 가운데도 지켜야 할 삶의 원칙들을 지킬 수 있기를. 그래서 신이 창조한 본연의 모습으로 몸과 마음이 회복될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여전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