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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23. 2024

사랑은 의지고 노력이라고 하는데

카페에서 간간이 들리는 소음을 듣다 보면 문득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옆자리에서 정겨운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밝은 모습에서 나도 그들의 일원이 된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조용한 집을 놔두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사람들도 있다. 인상을 찌푸려가면서 서로를 외면하기도 하고. 무슨 사연으로 저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때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거친 바다의 파도처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리저리 흔들린다. 분명히 틀린 말인데도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의심이 다 걷힌 것은 아니다.


마음에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 상대의 언행에 회의가 들 때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그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분석하게 된다. 물론 생각이 많아지면 대개 나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연약한 인간이 누군가를 온전히 그것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꼭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잠시라도 못 보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 결혼해서 온갖 험한 꼴을 다 보고 원수처럼 살기도 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시간이 그들을 변화시켰을지도 모른다. 부족한 인간이 문제인가. 아니면 우리를 무디게 만드는 세월이 문제인가.


이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은 인간으로서 서로의 한계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상대도 나와 비슷한 인간임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의지고 노력이 맞다.


인생의 비바람과 폭풍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하고 그 노력은 의지와 실천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형경 작가도 말했다. "사랑의 감정은 우연히 일어나서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이고, 용기가 필요한 '노력'이며, 구체적인 '실천'이라고."


그러나 요즘은 이 삶의 원칙과도 같은 말에 회의가 든다. 과연 의지만으로 그리고 노력한다고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까. 다른 무엇이 또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게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 상대의 그리고 삶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보려는 성격과 자질 역시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무엇보다 변치 않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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