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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Feb 26. 2024

지친 나를 매만지는 시간

한동안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명절이 끼기도 했지만 마음이 부산하여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읽어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매일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었는데, 그 루틴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기분이 가라앉았던 이유도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나에게 독서는 그런 것이다.


독서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또 하나의 세계를 갖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수록 내가 보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지고 풍성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를 얻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의미에 대해 여성학자 정희진도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다. 행(幸)과 불행(不幸)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좌우된다. 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


곱씹어 볼수록 맞는 말이다. 책을 통해 내가 치유된다? 문자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와 문장이 주는 의미에 대해 나만의 해석을 덧붙이다 보면 어느 순간 책 속의 이야기는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나와 무관한 뉴스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 해석을 통해 나는 새로워진다.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도 하고.




한편 책에 집중하다 보면 고통이나 상처를 잠시 잊을 수 있다. 특히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는 별게 아닌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대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극단적인 경우가 많고 결론 역시 비극적으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 삶의 거울과 같은 인물들이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과 그들이 펼치는 간고(艱苦)한 인생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힘든 내 일이 사실은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인생의 어떤 즐거움을 찾지 못해 우울하다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만의 조용한 공간, ㅡ 카페가 되었든 집이 되었든,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ㅡ 을 찾아서 잠시 휴대폰을 꺼두고 책을 읽어보는 거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만 잘 참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오늘 같은 주말이 그 시간을 내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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