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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r 21. 2024

나를 비우고 또 비우고

며칠 전 새벽, 작고한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를 우연히 들었다. 기도의 의미에 대한 설교였다. 하나님은 다 아시는데 우리는 꼼꼼하게 내 희망 사항을 빠짐없이 말하고 또 말한다. 그것도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아무리 하나님이라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듣기 싫을 것 같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설교의 요점은 그러지 말라는 거였다. 이미 내가 구하고 있는 것을 하나님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런 기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기도는 오히려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 찬 나를 비우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를(물론 제대로 된 기도를 말한다) 많이 한 사람은 기도를 통해 상황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변화된다. 


기도를 통해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대로 해 달라고 간구하게 되는 것, 자신을 비워서 하나님의 뜻으로 채우는 것, 즉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감람산에서 드렸던 기도처럼 된다는 것이었다.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 들으니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 그래, 기도를 바꿔보자. 늘 같은 기도, 내가 원하는 것만 서둘러 말하고 끝내는 그런 형식적인 기도가 아닌, 제대로 된 기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나를  좀 변화시켜 달라고, 도대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하고 싶었다. 고쳐도 또 고쳐야 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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