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Mar 27. 2024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는 이유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를 요약하자면 단 한 가지입니다. 개인이 지닌 영혼의 존엄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빛을 비추기 위함입니다. 우리 영혼이 시스템에 얽매여 멸시당하지 않도록 늘 빛을 비추고 경종을 울리는 것,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역할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쓰고, 사랑의 이야기를 쓰고, 사람을 울리고 두려움에 떨게 하고 웃게 만들어 개개인의 영혼이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함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가의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날마다 진지하게 허구를 만들어나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잡문집>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한 말이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유가 능력, 신분, 직업을 떠나 인간 개개인이 존엄하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고,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그 속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비슷하나 비슷하지 않은 일들, 과연 이런 일이 있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특이한 스토리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세상이 가야 할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무엇보다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할 능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과연 이것이 소설가의 역할과 임무이기만 할까. 어떤 일을 하든, 어느 곳에 있든 내가 하는 일에 같은 사명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삭막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빛처럼 통과하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재산이나 명예가 아닌 인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엄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한계를 지닌 연약한 인간이지만 그 연약함도 때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깨닫기 위함이다.


한편 내 상처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치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상처에 둔감하지 않기 위해서도...
















매거진의 이전글 잊었다가 다시 또 그리워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