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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1. 2021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상수 감독 영화

사소한 것들이 위안을 준다.

하찮은 것들이

마음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블레즈 파스칼, 팡세>


낮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세상이 주는 시름을 잠시 잊게 하듯, 밤에는 조용한 공간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까무룩 잠드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깨어 있는 건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살고 싶었다. 


깨어 있을 때와 쉬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면 삶이 헝클어진다.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쉽게 지친다. 검사 시절, 밤을 지새며 수사할 때가 있었다. 힘든지도 몰랐다. 아마 젊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목표의식이 뚜렷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은 망가졌고, 정신은 피폐되었다. 나만 지친 게 아니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했고 나 또한 그들을 힘들게 했다. 일과 쉼을 구분하지 못했던 결과다. 피곤하고 여유가 없으니 더 이기적이 되어 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몸이나 마음이 주는 경고를 무시하면 언젠가 탈이 나게 마련인데, 진작에 탈이 나 버렸다. 그때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왜 지금에 와서야 후회하게 되는 걸까. 나는 잘못된 삶을 살았던 것일까.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지만, 제목부터 뭔가 철학적인 것 같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느낌을 가졌던 적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감히 논할 자격이 없지만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감독은 지금을 제대로 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의 기준으로 지나간 그때를 평가하니 틀릴 수밖에 없다.


지금이 맞다. 물론 그때도 그때 기준으로는 맞았다. 그러나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때는 틀렸다. 그래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는 기억에서 놓아주어야 한다. 과거는 추억과 교훈을 삼는 한도에서 의미를 찾고 이젠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  


에 조용히 눈을 감고, 하루를 돌아보고 기도하면서 잠들고 싶다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원래는 처음 문단만 트위터에 올렸는데, 무엇이 아쉬워서 그런지 여기에까지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거고, 우리는 내일 그 순간을 제대로 살면 된다. 그때는 이미 지나갔다. 우리는 그때를 다시 살 수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 나에게 주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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