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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10. 2024

봄날의 경이에 예민해지는 자

메마르고 건조한 대지에서 봄의 전령인 꽃이 피고 있다. 곳곳에 핀 꽃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언제 저 꽃처럼 활짝 필 수 있을까, 어쩌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봄날의 경이에 예민해지는 자. '그는 사랑을 아는 자다'라고 조심스레 적어본다. 무슨 힘으로 그 딱딱한 것들을 뚫고 싹이 나고 꽃이 피는지, 그 힘이 시끄러워서 괴로울 정도의 봄, 봄이 오고 또 간다는 이 은근한 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무슨 기적처럼 여겨지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을 아는 자일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꽃을 갖고 있다. 꽃은 부드럽게 떨리며 하루하루 꽃잎을 여닫는다. 단조로우면서도 환희에 찬 하루를 산다."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을 경이로운 기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던가. 그렇지 않다면 나는 과연 사랑을 아는 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올해 피는 꽃이 내년에 다시 피는 건 아니다. 올해 피는 꽃이 다르고 내년에 필 꽃이 다르다. 꽃은 철저히 한 계절만을 산다. 생명의 유한함을 꽃만큼 철저히 실천하는 것도 드물다. 남 눈을 의식하지 않고, 아마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무는 지구 한 모퉁이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자기만의 꽃을 피울 것이다.


그래, 나도 살아야 한다. 비록 한순간이라도 생명이 허락하는 한, 꽃처럼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한다. 다시 찾아온 봄은 그리고 활짝 핀 꽃은 나에게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봄은 한 송이 꽃을 피움으로써 경이로운 생명의 힘을 나에게 한껏 부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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