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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pr 16. 2024

지혜는 어떻게 잘 지는가에서 나온다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다. 승패가 갈리는 인생, 항상 이기면 좋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가급적 빨리 마음을 수습해야 한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보다 어떻게 잘 지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승패가 아닌, 왜 졌는지 정확히 알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단편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집>에서 하루키는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대해 언급한다. 29년 만에 처음으로 정기 리그 우승을 하고 일본 선수권 시리즈마저 제패하는 것을 보고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1968년부터 1977년까지 십 년 동안, 나는 실로 방대한 (기분상으로는) 거의 천문학적 횟수의 '지는 경기'를 지켜봐 왔다. 다시 말해 '오늘도 또 졌네'라는 것이 세상의 이치로 여겨지도록 내 몸을 서서히 길들여갔다는 소리다. 잠수부가 오랫동안 주의 깊게, 수압에 몸을 길들이듯이.


그렇다, 인생은 이기는 때보다 지는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지혜는 ‘어떻게 상대를 이기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잘 지는가’하는 데서 나온다."


하루키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 무수히 지는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면서 그도 그해 처음으로 소설이라고 할만한 것을 비로소 완성했다고 고백한다. 패배로 점철된 야구팀을 보면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성장시켰던 것이다.  


지더라도 깨끗이 지고 다시 시작하는 것!! 패배했어도 다시 일어서는 그 힘과 의지에 우리 인생의 진정한 승패가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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