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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03. 2024

고난 ㅡ 위장된 축복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장담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위선적인 말일 수 있지만,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전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저자인 오스카 와일드(1854 - 1900)의 말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과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해도 고난을 겪으면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일종의 개선이나 발전을 의미하는 반면,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고통과 역경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고 세상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삶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풍부한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스스로에게 치여 힘들었던 시절, 출구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삶,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나로 그때의 나를 잴 수 없다. 그건 마치 내가 이미 겪은 과정을 다른 사람이 뒤늦게 겪는 것을 보면서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그거 별거 아니야.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우린 모두 이 삶에 대해 한때 올챙이였다.


분명한 사실은 어려움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blessing in disguise' 위장된 축복, 즉 복은 불행에 얹혀서 온다는 뜻이다. 고난을 온전히 겪고 통과한 사람만이 누리는 복이 있다. 비록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진 못했을지라도 세상과 타인의 고통에 눈 감지 않고 함께 아파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무너질 듯, 혼자만 남겨진듯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구름에 태양이 가려져 있는 것처럼,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태양이 다시 뜨리라는 것을 믿고 인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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