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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01. 2024

인사, 그때의 나는?

며칠 전, 밤늦게 검찰 인사가 발표되었다. 검찰을 떠난 지 벌써 5년째. 지금은 멀찍이 떨어져 남의 일 보듯이 인사를 지켜보고 있지만 인사 대상자였던 그때는 늘 긴장했었다. 그래도 검찰은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이었고, 지금도 같이 근무했던 검사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잘 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인사라는 것이 참... 문득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노심초사, 인사 발표를 앞두고 불안과 염려로 며칠을 보내기 일쑤였던 시절. 원하는 대로 될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실망과 한숨.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조직을 탓하다가 나중에는 속칭 주변머리가 없는 나 자신의 문제라고 마음을 다스렸다. 남들이 선호하는 자리로 가는 검사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모든 일이 그렇듯, 내 일이 되면 마음을 비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무렵, 후배 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이번에 어디로 옮긴다고. 잘 가라고. 마음 편히 먹고 그곳에 가서 잘 적응하라고.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어른스러웠다. 그 시절의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에 대견하기까지 했다. 실력도 있고 나름 자세도 바른 검사인데, 세상이 그를 알아주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아직 더 단련하고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 필요한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산책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결정이 되면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느 자리에 가든 검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마지못해 떠밀려 가서 그럭저럭 시간만 죽일 거라면 그만두는 게 낫다. 그러나 이게 말이 쉽지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는 게 매 순간 위기이자 기회이다. 기회가 위기이기도 하고. 무엇이 좋은지는 지나 봐야 아는 일, 하여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그런다고 위안이 될까. 눈에 보이는 현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나는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남 일 같지 않아 산책을 하는 내내 마음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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