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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29. 2024

정상에서 깨달은 교훈

토요일, 오랜만에 찾은 남산. 한낮의 햇빛은 뜨거웠지만 미세먼지가 많지 않아 하늘은 투명했다. 알고 있던 길로 올라가다가 앞선 사람들이 다른 길로 가길래 따라갔더니 남산서울타워까지 바로 올라가는 직진 코스였다.


최단 시간에 올라가는 길이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땀은 비 오듯 하고, 느릿느릿 여유롭게 걷고 싶어서 남산을 찾았는데 무리해서 올라가서 그런지 타워 가까이에 갈 때쯤 벌써  지쳐버렸다.

타워 앞마당에서는 서울시 주최 전통 사물놀이 공연과 무술 시범이 펼쳐지고 있었다. 외국인들까지 뒤섞여 인산인해. 과연 서울의 중심에 있는 산 다웠다. 땀도 식힐 겸 잠시 공연을 봤지만 시선은 그저 무심하게 그들의 동작을 따라갈 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TV 등을 통해 여러 번 봤던 공연이라서, 처음 보는 외국인들만큼 감탄이 나오지 않았다.


시선을 돌려 남산 정상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팔각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눈에 펼쳐지는 서울시내, 장관이었다. 역시 외국인들의 감탄사,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남기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른 나라에 갔어도 저럴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청명하고 약간 덥지만 선선한 바람까지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그 풍경 속에서 나만 불완전했다. 지친 마음을 이끌고 뭔가 가슴이 트일 만한 곳이 없을까 싶어 찾았는데, 오르면서 몸이 지쳐서인지 마음도 축 풀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무리하고 서두르면 안 된다는, 남들이 간다고 그 길이 내 길일 수 없다는, 완벽한 상황에 놓여도 마음이 별로면 그 상황 자체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언제나 문제는 나 자신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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