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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05. 2024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 사람 자체가 좋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때는 그의 약점이나 단점조차도 사랑의 조건이 된다. 화를 잘 내도 민감한 성격 때문이라고,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아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냉정하고 논리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미 사랑하고 있는데 '나를 사랑해? 왜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어디가 제일 좋은데?' 라고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입장에 따라 곤란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다고. 굳이 답을 해야 한다면, "그냥"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도 말했다.


"상대방에서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어떤 면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다. 속성이나 특질을 넘어선 '존재론적 지위'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다."


존재론적 지위, 말이 어렵지만 결국 그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은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고 이렇게 희망했었다. 부디 세월이 흘러도 나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했던 처음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성격이나 환경 더 나아가 삶이 주는 어려움 앞에서 사랑이 흔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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