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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2. 2024

내 삶을 비추는 이야기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본듯하거나 들어본 이야기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일단 당혹스럽습니다. 소설이 주로 중심보다는 주변을,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보편적이 아닌 극단적인 화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상황은 달라도 마치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인물들의 감정선이니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난 시절 제가 했던 실수와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고 때로 상실감에 힘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바로 등장인물들의 그 부분,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지요. 작가는 주인공이 자신이 설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감정이 변해가는지 따라갑니다. 그 과정에서 나만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던 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읽었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불우했거나 어려웠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딱히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끝없는 자의식에, 자존심만 어설프게 세서 주변과 쉽게 동화하지 못합니다. 하긴, 그런 인물들이야말로 우리의 숨겨진 모습이고 작가들은 이면에 있는 우리 모습을 찾아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니까요.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낍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될지 결말을 알 수 없습니다. 작가 역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독자의 판단에 맡길 때가 많습니다. 이게 뭐야?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인생을 생각하면 나도 답을 모르는데 하물며 작가라고 알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설사 안다고 해도 그 결론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맞는가 등등의 생각에 이르면 이해가 가는 면도 있습니다.


때로 주인공이 행복해졌으면, 그만 고생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해피 엔딩을 기대하는 것이지요. 마지막 순간엔 짐을 벗듯 편안해질까 궁금할 때도 있지만 작가는 끝내 답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우리 삶에는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요? 환경과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대하는 나의 자세, 시선, 태도의 문제임을 저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매번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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